[해설/韓美FTA 감귤예상 피해 및 대책]
제주경제 사실상 비상국면
한라일보 6/22 강시영 기자
관세철폐 가시화땐 제주사회 붕괴 우려
한미FTA 감귤대책을 수립중인 제주대 연구진의 피해 예측보고서는 최악의 경우 제주사회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매우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농협조사연구소 등이 미국산 오렌지 수입으로 인한 제주감귤과 국내 과수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한 사례가 있지만 생과와 유통·가공·고용 등 감귤과 관련된 연관산업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피해액을 시나리오별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 예상 규모=21일 제시된 용역 중간(2차)결과에 따르면 FTA 발효 10년동안 관세가 완전 감축될 경우 연관산업을 포함한 감귤산업 피해액은 약 2조원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다.
제주대 연구진이 밝힌 한미 FTA 발효이후 감귤산업의 피해 시나리오는 모두 네가지다.
네가지 유형의 시나리오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 피해규모가 다르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예상피해가 엄청나다는 점에서 한미FTA가 제주감귤과 제주경제, 지역사회 전체에 미칠 파괴력을 짐작케 해준다.
신선오렌지류(감귤류) 수입은 현재 15만4천톤에서 최소(20년 관세 철폐) 33만9천톤(119%)에서 최대(5년 관세 철폐) 38만톤(147%)까지 엄청난 물량이 쏟아져 들어올 것으로 추정됐다. 이중 미국산이 95%를 차지할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또 오렌지 농축액 수입도 늘어나 지금의 3만9천톤에서 최소 51%(5만9천톤)에서 최대 79%(7만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따라 감귤자급률도 현재 83% 수준에서 최대 51%까지 떨어져 국내 감귤류 소비시장의 절반을 미국 오렌지 시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감귤유통과 가공, 기타 서비스 등 제주감귤과 관련된 연관산업이 입게될 피해까지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규모로 예상된다. 매해마다 최소 6백78억원에서 최대 2천억원까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대책=연구진의 분석결과는 감귤류를 협상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피해 예측은 미국측의 예외없는 협상전략과는 별개로 ‘민감품목’ 지정, 즉 ‘관세개방의 신축성’을 고려한 상황에서의 피해예상 시나리오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미 FTA에서 감귤을 ‘민감품목’에 준하는 합의를 이뤄낸다 하더라도 제주감귤에 미칠 파괴력이 가공할 수준이 될 것이라는게 이번 제주대 용역진의 피해액 분석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결국 한미 FTA협상에서 오렌지 등 감귤류를 협상대상 품목에서 제외시키거나 최소한 쌀과 동등한 지위를 인정해 관세 유예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제주감귤의 피해는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7월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FTA 2차협상을 앞두고 감귤을 협상 예외품목으로 지정하기 위해 외교통상부와 농림부 등 우리측 협상당국과 국회를 대상으로 한 생존권 차원의 구체적이고도 치밀한 설득·대응전략이 더욱 다급해졌다.
제주감귤특별대책위원회가 이번 2차 협상을 앞둬 범도민 10만명 서명운동 등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나선 것도 이번 협상이 감귤사수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 고문이면서 농업개방 협상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최용규 (사)세계농정연구회장은 “미국의 가장 관심은 오렌지 시장의 개방이며 철저하게 관세 제로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7월 한미 FTA 2차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분야 품목별 양허(개방허용)협상이 될 것인 만큼 감귤문제를 논리적으로 집중 부각하는 등 초기 협상대응 전략이 우선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허인옥 제주대 명예교수도 “피해예측을 토대로 정부 협상단 등을 상대로 비상대책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농가인 고경휴 위원은 “정부가 현재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는지 사실 그대로 밝혀야 한다”며 “대책위가 그동안 건의해온 감귤 예외품목 지정에 대한 답변조차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