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 한·미 FTA 중단 촉구
제민일보 6/14 김영현 기자
충분한 준비도 없이 졸속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 협정이 체결되면 농업 분야는 물론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4일 제주언론노조협의회와 한·미 FTA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가 ‘한·미 FTA의 진실: 정태인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에게 듣는다’라는 주제로 마련한 초청 강연회에서 현 노무현 정부의 국민경제비서관으로 FTA관련 정책을 직접 다뤘던 정태인 박사로부터 한·미 FTA의 배경과 문제점을 진단해 본다.
△한·미 FTA 추진과정은.
한·미 FTA 협상은 정부의 FTA로드맵 가운데 마지막 부분이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금수조치 해제, 스크린쿼터 축소 등의 4개 선결조건을 제시하면서 협상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미 FTA 관련 연구는 고작 3건뿐으로 준비 자체가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협상력이 가장 강한 미국과 협상을 벌이면서 이 정도의 수준으로 준비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특히 수년간에 걸쳐 진행돼야 할 중대한 협상을 1년도 걸리지 않아 체결하겠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한·미FTA 내용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은.
우선 나프타 11조(투자관련 조항)이다. 가장 큰 문제점이 이 조항은 이미 합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조항은 국내에 진출한 기업이 투자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규제 등이 아무리 공공성을 띠더라도 이윤추구에 방해가 된다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소권을 갖는 것이다.
실제 캐나다에서는 택배회사가 소포배달 업무와 관련, 우체국을 제소하는 등 환경, 노동권 등 공공분야는 물론 모든 분야에서 제소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런 소송을 유엔 등에서 심리하지만 모든 것이 비밀로 이뤄지고 있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미국 민간보험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을 제소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이며, 그 결과는 건강보험 붕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에서조차 위헌이라는 이 조항을 우리나라는 아무런 논의 없이 받아들였다.
△감귤이 민감품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아직까지 한·미 FTA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감귤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등 쟁점사항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민감품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 같다.
농업분야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강하게 협상을 벌이지 않고 있다. 협상 내용을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미국은 토지 면적당 농업보조금을 가장 많이 주는 나라이지만, 남의 나라에 대해서는 농업보조금을 철폐하라고 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멕시코의 옥수수처럼 감귤이 개방되면 미국 오렌지 수출이 늘고, 유전자변형으로 생산된 오렌지가 들어와 국민 건강에도 위협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다.
농업 분야만큼은 한·미 FTA 협정에서 제외돼야 한다.
△최소한의 대책은.
우선 투자관련 조항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투자대상 가운데 공공부문 투자대상은 제외하고, 정부에 대한 제소권도 삭제해야 한다.
또한 비관세장벽을 제거해야 하며, 특히 반덤핑 제소 및 수퍼 301조 남용 방지 대책을 포함시켜야 한다.
농업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농업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거나 한국의 농업보조금을 인정토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