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봉 추락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노지 감귤출하가 마무리되면서 가격 회복 기미를 보인 것도 잠시 이동식 노점을 이용, 관광객들에게 비상품 한라봉을 판매하는 행위가 잇따라 적발되는가 하면 아직도 ㎏당 1000원 수준의 저가 한라봉이 도매 시장에 유통되는 등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농가 차원의 자정 노력 절실 = 27일 진행된 한라봉 가격 대책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현재 한라봉의 출하나 가격 체제 등 관리 전반에 있어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시된 해결 방안은 농가 등을 대상으로 품질 관리와 출하 조절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단속 수위를 강화한다는 것이 전부다.
유통명령제 이후 순수하게 한라봉 단속을 위해 투입된 인원은 17개반 62명이다. 일부 민간인을 제외하고는 공무원과 농·감협 직원으로 구성됐다.
한라봉 단속은 감귤처럼 크기나 외관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당도 등을 측정해야 하는만큼 현실적으로 어렵다.
3㎏상자당 10개 미만의 한라봉이 들어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일일이 검사하는 것은 무리이며 섣불리 당도 측정을 감행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최근 비상품 한라봉의 주요 유통 경로로 지적되고 있는 노점 판매의 경우 판매 장소가 일정치 않은데다 기동성이 단속반을 앞지르는 등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부분 한라봉 단속은 소비자 등의 제보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대형 선과장 구축 통한 관리 체계화 시급 = 한라봉은 또 선과장을 통한 선별 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등 품질관리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당도 기준에 따른 선별을 위해서는 비파괴 선과기가 필요하지만 도내에 비치된 비파괴 선과기는 난지농업연구소와 남군 농업기술센터, 서귀포농업기술센터 등 행정기관과 위미·남원·성산·고산·효돈·표선 농협과 감협 유통센터·제주지소, 클린영농조합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12대(12개 라인)가 전부다.
1대가 하루 10시간 작업했을 때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은 3t 수준으로 이들 선과기를 총 가동해도 최근 하루 출하 물량(40~50t)을 소화하기에는 태부족이다.
이웃 일본이 한라봉 비파괴 선과기를 많게는 22개 라인까지 확보, 품질관리를 하는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농가들이 직접 선별할 물량을 가지고 선과기를 찾아다녀야 하는 번거로움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고 농가들이 1억5000만원(2004년 지원액 기준)이 넘는 설치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어 ‘한라봉 품질 기준’은 말에만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감귤과 마찬가지로 한라봉 역시 대형 선과장을 구축해 이들 물량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행정기관에 의존하기 보다는 생산자 단체를 중심으로 이들 의견을 수합, 필요한 비파괴선과기 물량 등을 파악하는 등 역할 분담을 통한 문제해결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