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이나 차이나는 감귤산업 피해액
한라일보 8/7
본격적인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앞두고 우리측 내부에서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일고 있다. 특히 제주의 감귤산업 관련 피해액이 논란의 핵심(核心)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와 정부의 피해 추정치가 무려 1조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 잘못돼도 한창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발단은 농림부가 4일 주최한 ‘한·미 FTA 농업계 대토론회’에서 촉발됐다. 이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세균 박사는 ‘주요 농산물별 파급영향 및 민감품목 선정방향’이란 주제발표를 했다. 최 박사는 수입오렌지에 대한 즉각적인 관세(關稅) 철폐시 10년간 감귤의 생산액 감소는 7천억원(연간 평균 7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사과(〃 1천1백30억원)나 포도(〃 8백20억원)에 비해서도 아주 적은 수치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도가 제주대에 의뢰한 용역결과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주대 연구진은 지난 6월 중간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 발효(發效)에 따른 관세 철폐시 10년간 직접 피해액만 1조6천8백억원, 간접 피해액까지 포함할 경우 1조9천9백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피해액 산정은 조사방법 및 접근방식 등에 따라 다소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차범위 수준이어야지, 1조원이나 차이가 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제주대측이 부풀리거나 아니면 농촌경제연구원의 축소(縮小) 발표 등 어느 한 곳은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어떠한 데이터를 토대로 우리측이 협상에 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제대로 된 논리와 완벽한 준비를 갖춰도 모자랄 판에 엉터리 자료를 가지고 임하는 협상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도당국이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도 방치했다면 명백한 직무유기(職務遺棄)다. 말로만 민감품목, 예외품목을 되뇌일게 아니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정부가 FTA 농업분야 양허(개방) 초안을 미국에 제시키로 한 기한은 바로 이달 중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