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전해지는 갈등과 충돌 소식에, 떠도는 나그네가 되고 싶은 생각이 문득 문득 마음에 자리한다. 저마다 고향과 후손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두고는 있지만 민초들 중에서는 곧이곧대로 받아 들이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우리민족의 행동을 ‘냄비에 물을 끊는 것’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멀리 ‘국채보상운동’에서 시작하여 가까운 사례를 든다면 IMF때 전 국민의 ‘금 모으기’ 운동까지, 이를 보는 세계 사람들의 시선은 경악,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들의 생활 자세는 나라를 위하여 온몸을 던졌던 일치된 국민 행동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만을 생각하는 사회로 치닫고 있다.
제주사회도 지금 냄비유형(?)인 패드시책으로 인해 심한 후유의 몸살을 앓고 있다.
패드(fad)는 일시적으로 떴다가 사라지는 유행을 말한다. 사전적 해석은 ‘변덕’이고, 영어에선 ‘craze-, 미치게하다 또는 발광하다’로 역시 반짝 유행을 의미하고 있다.
제주도 ‘패드적 사고‘의 후유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지금 줄을 이어 그 처방을 기다리고 있다.
너도 나도 돈이 된다 하여 심었고 이제 한미 FTA에 운명이 걸린 감귤, 해마다 홍역 치르듯 차질을 빚는 당근 양파 마늘의 생산과 유통, 유사 축제의 정리 등을 듣다보면 이는 소위 ‘된다는 곳’으로의 쏠림을 막지 못한데서 기인했고 해법은 방황 중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금 우리는 국제자유도시 제주특별자치도를 어떻게 만들고자 생각하고 있는가. 오늘에 주어질 핑크빛 혜택을 위한 계획 수립에만 골몰하고 있지는 않은가? 과연 오늘에 기초를 두고 초석을 다져 먼 훗날 제주를 평화롭고 풍요롭게 번영시킬 대계(大計)를 세우고 있기는 한가?
지금 도민사회는 패드시책 추진의 시행착오 때문에 엄청난 예산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혼란과 갈등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을 당국은 인식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