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의 과수정책 담당자들은 제주감귤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른 과수는 수출이 상승세를 타는데 감귤은 계속 내리막을 달리기 때문이다.
감귤은 제주에서만 생산되는데도 출하량을 조절하지 못한다. FTA 기금 중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데도 항상 죽어가는 소리만 한다. 한 해 걸러 해거리 때문에 전도가 몸살을 한다. 다른 과수는 생산량의 10%를 수출 목표로 삼고 있는데, 감귤은 겨우 0.3%를 수출한다. 그러니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제주감귤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출에 한정해 감귤을 다시 생각해보자. 단감과 배는 생산량의 5%인 1만여 톤과 2만5000여 톤을 수출한다. 사과는 1만여 톤을 수출한다. 2013년도에는 현재의 2배 가까이 수출목표를 높여 잡고 있다.
감귤은 지난해 말 1500여 톤을 수출했다. 2014년도에는 1만톤이라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현재는 감귤수출량이 다른 과수의 1/10에 불과하지만 장애물만 해결되면 못할 것도 없다. 영국과 북유럽이라는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선 수출전용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라는 고개를 넘어야 한다.
단감과 배와 사과의 수출목표는 현실성이 크다. 배는 나주배원예농협, 사과는 대구경북능금농협, 단감은 경남단감원예농협 등의 품목농협 APC가 수출창구 단일화의 중심이 되어 수출전업농을 육성하고 모든 정책과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귤은 다르다. 지원해준다는 말이 나오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가 지원금이 없어지면 순식간에 없어지는 것이 감귤수출의 현주소다. 지금은 제주감협의 무역사무소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은 감귤을 많이 먹는다. 1년에 50여 만톤의 감귤을 소비한다. 그런 감귤이 12월 말부터 2월말까지 영국 마켓에서 사라진다. 영국으로 수출하는 스페인, 우루과이 등에서 감귤이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중국감귤과 제주감귤만이 생산된다. 유럽은 글로벌 GAP(우수농산물관리제도)가 필수조건이다. 중국 감귤농가는 아직 글로벌 GAP 인증을 받기에는 낮은 수준이다.
특히 유럽 소비자들은 노동력을 착취하는 중국감귤은 아무리 싸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영국을 포함한 유럽시장은 제주감귤이 경쟁이 없는 독점시장이다.
작년 말에 감귤수출연구사업단이 글로벌 GAP 인증을 받은 감귤을 영국으로 수출했다. 모리슨 마켓에 내놓자마자 순식간에 600g 당 2파운드에 팔렸다. 영국에서 요구하는 조건만 맞추면 매년 동일한 가격으로 ㎏당 1800원(농가 수취가 1000원 내외)에 수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영국에서 요구하는 글로벌 GAP 인증, 잔류농약 문제점, 식물검역은 거의 해결됐다. 40일이 넘는 수송기간 중에 부패율을 3% 이하로 낮추는 것도 해결됐다. 그러나 문제는 수출감귤을 선과할 APC가 없다는 것이다. 민선 5기 목표인 3만톤 수출을 달성하려면 하루에 20톤 컨테이너 30개를 선과할 수 있는 APC가 있어야 한다. 작년 말처럼 선과해 줄 APC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수출을 포기하는 상황에서는 수출물량을 확대시킬 방법이 없다.
영국에는 3만톤의 제주감귤을 기다리는 소비자가 있다. 남은 것은 다른 과수처럼 국내 출하비중과 지금까지의 수출기여도에 따라 수출창구를 단일화하고 수출전용 APC를 중심으로 영국수출 전업농가를 육성해야 한다. 영국의 문을 열면 북유럽의 10만톤 시장도 기다린다.
3만톤을 수출하려면 200만 상자를 선과해야 한다. 손으로 선과할 수는 없다. 그래서 감귤수출 성공여부는 수출전용 APC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