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과일관측에 따르면 올해 노지감귤의 성목면적이 지난해보다 3% 감소하고 성목단수도 22% 감소했다. 이에 따라 감귤생산량은 지난해보다 25% 감소한 50만9천톤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또 올해 노지감귤의 품질은 지난해에 비해 양호할 전망이다. 특히 8월 기상호조로 당도가 작년보다 약 1브릭스 높은 10.6브릭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색택 등 외관도 작년에 비해 좋을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크기는 지난해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적은 착과수로 인해 과실 크기가 전체적으로 커져서 소비자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대과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단 올해 감귤은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듯 싶다. 감귤은 적정생산량 범위에서 벗어날수록 가격이 크게 하락하여 농가 조수입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해 왔음을 우리는 경험칙상 잘 알고 있다.
감귤산업이 제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감귤가격 하락으로 농가소득이 감소한 해는 지역경제가 휘청거렸다. 감귤가격 하락은 단지 감귤농가에만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포장, 운송, 고용, 소비 등 감귤연관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쳐 제주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게 된다.
올해는 공급과잉-가격폭락-농가소득 감소-소비위축-경기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그러나 적정생산이 된다고 해서 안심할 수 만은 없다. 생산량은 감귤값을 결정하는 여러가지 요인 중 한 가지일 뿐 절대적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상품이 다 그렇듯이 품질이 뛰어나지 않고서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한다. 소비가 위축되면 설령 적정공급이 되더라도 가격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올해의 경우 감귤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격전망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더욱이 올해는 비상품 감귤 차단과 출하조절 등을 위해 5년 연속 도입했던 감귤유통명령제 발령도 어렵게 됐다. 유통명령제 도입이 감귤가격 안정에 상당한 도움을 줬음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때문에 올해산 감귤은 고품질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의 경우 과잉생산에다 비상품 감귤이 대량으로 소비시장에 유통되면서 가격하락 뿐만 아니라 제주감귤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었다. 제주감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산단계에서부터 불량감귤을 아예 근절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들어 생산농가를 비롯한 농협 등 생산자단체, 농업인단체를 중심으로 불량감귤 열매솎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어 고품질 감귤생산에 대한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1년 내내 애써 키운 자식같은 열매를 버려야 하는 농심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환부를 도려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듯이 불량감귤을 과감히 솎아내야 실추된 제주감귤의 건강한 이미지를 회복시킬 수 있다. 또 무임승차하려는 농가에게는 따끔한 사회적 질책과 함께 행·재정상 패널티도 줘야 한다. 고품질의 감귤생산은 우선적으로 농가 몫이다. 상품을 제대로 만들어 내지 않고 제값만 받으려 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나 진배없다.
아무튼 고품질 감귤생산을 위한 농가, 생산자단체 및 농업인단체의 불량감귤 열매솎기 분위기가 좀 더 확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