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감귤농사는 풍년이 들어 울상이 되었다. 올해는 흉년이 든다는 소식에 농가들이 안도의 숨을 쉬고 있다.
올해 감귤생산량이 50만 톤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니 가격이 괜찮을 것이다. 지난해에 가격 폭락으로 쌓인 주름살을 펴주려는 자연의 배려이거나 감귤정책의 새 틀을 짜라는 기회를 준 것일 것이다.
과거 감귤정책은 행정이 주도하였다. 도정 책임자의 생각이 그대로 정책에 반영되고 사무실에서 결재 받은 정책이 농가에 적용되었다. 그러니 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행정 탓만 했다.
행정이 감귤정책을 주도하면 표를 의식한 지원과 규제와 통제가 정책의 중심이 된다. 감귤정책이 마치 떡을 나누어 주듯이 농가별로 적용시킬 수밖에 없다.
도지사를 선출하는데 감귤 소비자가 선거에 참여한다면 소비자가 선호하는 감귤을 생산하는 감귤정책을 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생산자만 투표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눈에 안보이고 생산자만을 바라보며 정책을 수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감귤정책의 새 틀이 짜여 져야 한다.
도청의 사무실에서 윗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수립했던 하향식 정책에서 소비자를 의식하여 시장원리를 적용시키고 농가와 생산자 단체가 참여하는 정책으로 변해야 한다.
농가별로 적용시켰던 시책은 농업경영체 등 단위별로 적용시키는 시책으로 변해야 하며 성과에 따라 차별하여 지원해야 한다.
감귤정책의 새 틀에는 행정과 생산자 단체와 농업인 단체와 농가와 대학과 연구기관이 역할 분담이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그래서 감귤정책 추진의 주체가 ‘행정+생산자 단체+유통인 단체+농가+연구기관’이어야 한다.
행정은 감귤정책의 큰 틀인 종합기획과 조정과 행·재정지원이 그들의 몫이다.
생산자 단체와 유통인 단체와 출하연합회의 몫은 품질이 좋은 감귤을 생산하고 출하조절과 판매와 유통과 유통정보를 전담할 수 있는 조합공동 마케팅사업단을 구성하고 운영되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끊임없이 좋은 정책을 제시하고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고품질을 위한 농가 교육에 힘써야 한다.
임진왜란 때 23전 23승을 한 이순신 장군은 승리할 시기와 장소를 주도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승리했다. 그는 왜군의 동향과 지형과 바닷물의 흐름까지 면밀하게 분석하고 승산이 있는 여건을 되었을 때 진군나팔을 불게 했다.
감귤도 전쟁터에서 지형을 살피듯이 과수산업의 여건을 분석하고, 전투장소를 물색하듯이 출하량을 조절하고, 적의 동향과 물 흐름을 분석하듯이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의 기호도를 살펴야 한다.
모든 여건이 갖추어져도 싸울 배가 작고 부실하게 만들어졌다면 결코 이길 수가 없다.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듯이 경쟁력 있는 거점산지유통센터(APC)가 자리를 잡아 많은 소규모 선과장들이 정리되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 안에서 작전을 지시했다면 결코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갑판 위에서 서서 작전을 지휘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 감협은 불로초, 귤림원 등 최고급 브랜드가 품질고급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위미농협은 전국 농협이 꿈에 그리는 APC 중심의 공동출하, 공동전산을 추진하고 있다.
전쟁에서 혼자 살려는 군인이 많을수록 그 전투는 진다. 아무리 좋은 틀과 여건을 마련해주어도 농가의 적극적인 실행 없이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필자는 감귤을 연구하는 기술자이지 정책가는 아니다. 그러나 도에서 추진하는 ‘감귤정책 일대전환 전략과 Action Plan’을 한 장씩 꼼꼼하게 읽다가 감귤정책의 새 틀과 감귤의 미래가 그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