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참관기]빗속에도 멈추지 않는 감귤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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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 2006-11-29 11:01:33 ·조회수 : 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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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size="5"><b>[마라톤참관기]빗속에도 멈추지 않는 감귤사랑</b></font>
<font size="3">한라일보 11/27 권재효/시인
비가 내렸다. 주최측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컸을까? 모르긴 하지만 가슴이 까맣게 타
들어갔을 것이다. 딸애가 10km 구간엔가 도전을 한다고 부산을 떨었는데 비가 내려
서 갈까 말까 고민하는 것을 보았다.
"국제마라톤인데, 비가 조금 온다고 도민들이 참석을 않으면 외국인들이 얼마나
낙담하겠냐? 또 전국의 수많은 마라토너들이 대회에 참가하였는데 썰렁하면 뛸 기
분이 나겠냐? 그건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일단 대회장까지는 가보도록
하자꾸나."
투덜거리는 딸애를 차에 태우고 대회가 열리는 종합운동장까지 갔다. 빗방울이 제
법 굵어지는 것이 오늘행사는 아무래도 취소되겠구나,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이 사실
이었다. 헌데 현장에 도착하니 그게 아니었다. 공터엔 차량이 빈틈없이 세워져 있었
다. 입구에서부터 열기가 느껴졌다. 주경기장엔 수십 개의 몽골 천막이 빼곡히 쳐져
있었다.
대회시작 20여분 전이라 대회장을 죽 둘러보았다. 제주시장 일행과 국회의원, 도
의원 일행이 보였다. 간이 비옷을 입고 대회관계자들을 열심히 격려하고 있었다. 역
시 도민들을 격려하고 있는 도지사 일행을 볼 수 있었는데, 그러니까 도의 주요 인사
들이 거의 참석한 듯했다. 백짓장도 맞들면 가벼워진다고 하지 않는가? 이처럼 모두
가 나와 한마음으로 힘을 보태니 비날씨가 오히려 후끈거릴 정도였다. 이런 단합된
마음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도내에 마라톤 클럽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을 이날 처음 알았다. 참가한 단체만
30여개였는데 필경 더 많은 클럽들이 있을 것이다. 서귀포마라톤 클럽 천막에서 잠
시 비를 피하였다. 한 회원에게 "언제 창단하였느냐"고 묻자 2002년도라고 답하였
다. 그는 묻지 않았는데도 풀코스를 3시간대에 주파하는 선수를 다섯 사람이나 보유
하고 있으며 특히 강순재 회원은 83세로서 도내 최고령 마라토너라고 클럽자랑을 하
였다.
강순재 할아버지와 말을 나눠보았다. 예순이 되면서 마라톤을 시작하였다는데 20
여년 경력의 보유자이다. 작은 키이지만 근육이 단단해 보였다. 이틀에 한 번꼴로 연
습을 하는데 천지연에서 하효까지 왕복하면 대략 10km가 된다고 한다. 소년처럼 얼
굴이 해말갛다. 할아버지를 두고 83세라고 한다면 대체 누가 믿겠는가?
대회가 시작되었다. 어제 해난사고로 사망한 분들에 대한 묵념이 있었다. 지난 달
서귀포에서 열린 '전국시인대회'를 끝가지 참관해주시고 많은 도움을 준 이영두 서
귀포 시장님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드디어 팡파르가 울리고 마라톤이 시작되
었다. 비날씨로 풀코스가 아닌 하프코스로 실시된다고 하였다. 슬픔을 잊기 위해서
라도 우리는 뛰고 또 뛰어야 할 것이었다. 누가 감귤을 하나 주었다. 이 감귤을 지켜
나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힘을 비축해가며 뛰는 것을 멈추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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