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지역경제 붕괴 대재앙 우려
고소득 작목 감귤·감자·마늘산업 붕괴 불가피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 축산물도 ‘직격탄’
청정환경 및 공교육·의료분야도 피해 불가피
제민일보 7/11 박훈석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이 지난 10일 착수되면서 제주지역에 미치는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미국서 열린 1차 협상에서 우리나라 정부의 공기업 지정권 인정권이 합의, 외국자본 진출에 의한 물산업 사유화가 제외됐지만 감귤 등 농업을 비롯해 축산, 청정환경, 보건·의료·교육분야에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감귤·감자·마늘 등 농업 ‘몰락’
FTA 체결로 관세가 철폐되면 도내 1·2·3위의 소득을 차지하는 감귤·감자·마늘산업이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감귤 피해는 모든 연구기관에서 일치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전국 과일중 감귤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현행 144%의 관세가 완전철폐되면 감귤가격이 ㎏당 956원에 이르지만 관세완전 철폐시 392원으로 59%가 폭락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주대가 최근 발표한 ‘한·미 FTA 대응 감귤산업발전방안 용역’ 중간보고서는 10년간 감귤 조수입이 10년간 최대 1조7000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미국산 오렌지(생과) 수입량이 2004년 15만4000t에서 10년후에는 38만t, 농축액은 3만9000t에서 7만t까지 급증함으로써 가격이 폭락한다는게 제주대 연구진의 분석이다. 가격폭락에 따른 재배면적도 36%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감귤가격 폭락은 연관산업인 농자재(비료·농약·농기계 등)를 비롯해 관광, 서비스업, 제조업, 가공, 유통, 고용창출 등의 경제규모까지 축소시킴으로써 도민사회가 대재앙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제2위 소득작목인 감자 피해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2~2004년 3년간 국내시장에서의 평균 도매가격은 ㎏당 1441원인 반면 미국산 수입가격은 575원으로 절반에 불과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2004년 ㎏당 1099원의 국내 도매시장 가격에 미국산 수입가격을 적용, 피해액을 산출한 결과 1293억9100만원에서 677억2200만원으로 6166억9000만원(48%)의 감소가 우려되는 등 재배농가의 생계 유지 조차도 힘든 실정이다.
마늘도 제3위의 소득작목을 지키고 있지만 시장개방으로 인해 채소류 중에서는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는 360%의 관세율이 적용, 수입됨으로써 다른 품목에 비해 관세부과 효과를 얻고 있지만 FTA체결로 철폐되면 가격이 폭락, 피해가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할수 있다.
국내시장에서의 2002~2004년 3년간 평균 도매가격은 ㎏당 2196원에 이르지만 미국산 수입가격은 437원(19.9%) 낮은 1759원으로 조사, 재배농가의 소득감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축산업도 직격탄
미국의 축산물 수입이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FTA가 체결되면 제주지역 축산농가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미국 축산물 수입액은 지난 95년 124억6700만달러에서 2004년 131억700만달러로 늘었다. 2004년 수입량은 쇠고기가 광우병 파동으로 전년에 비해 줄었지만 돼지·닭고기는 증가세를 보였다.
2004년 돼지고기와 닭고기 수입액은 16억7500만달러, 17만6600만달러로 2003년의 12억3600만달러, 15억1700만달러에 비해 1년만에 각각 4억3900만달러(35.5%), 2억4900만달러(16.4%)가 늘었다.
미국은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의 시장 개방을 집중 요구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FTA체결로 관세가 감축, 가격이 싼 미국산 축산물이 수입되면 도내 축산물 피해액이 연간 180억~22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탈지분유·치즈 등 낙농분야의 피해액도 35억~50억원으로 추정, 축산업에서만 총 215억~270억원의 생산감소가 예상된다.
△환경·의료·교육 근간
투자협정에 따라 국내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들은 좋은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부담이 되는 환경규제 입법을 꺼리게 된다.
환경법률이 우리의 자본과 외국 자본간 차별금지를 내용으로 협정이 체결되면 깨끗한 공기·물 등 청정한 제주환경은 대재앙을 맞는다.
외국 자본이 차별금지 조항을 들어 제주도나 우리정부의 환경규제 조치를 국제분쟁조정기구에 중재를 요구한후 승소하면 정부는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
때문에 곶자왈보전을 위한 GIS 등급 재조정 및 보호구역 지정을 외국자본이 차별을 내세우며 일일이 걸고 넘어지면 환경보호 입법이나 정책시행도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미국 자본이 국제분쟁조정기구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가 전무, 우리 정부가 손실 보상을 이유로 환경보호정책을 집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미국 시민단체가 FTA를 체결한 미국과 캐나다기업, 미국과 멕시코기업이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제소한 42건을 분석한 결과 미국측이 패소한 사건은 한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 분야도 미국측이 민간보험시장 활성화를 내세워 건강보험 급여범위 조성 및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를 요구, 협정이 체결되면 도민들이 납부해야할 의료비 부담이 더욱 커지는 한편 건강보험제도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또 미국측의 요구대로 인터넷 교육서비스와 미국대학수능시험(SAT)가 타결, 시장이 개방되면 공교육제도의 뿌리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사회 특성상 국내대학에 진입하려는 교육수요가 미국 대학시장으로 흘러가면 초중등 교육시스템이 큰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미국대학 진학을 위해 SAT제도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교육을 원할 경우 초중등교육제도의 변화가 불가피, 공교육 기반이 무너지는 데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협상대표인 커틀러 대표가 11일 “한국 공교육시장에는 관심 없다”고 밝힌 것도 SAT제도에 대한 시장접근을 확대함으로써 결국은 공교육시장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변화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인터뷰] 윤창완 제주특별자치도 감귤정책담당
“고품질, 유통혁신, 생산시설 현대화가 필요합니다”
윤창완 제주특별자치도 감귤정책담당은 개방화라는 위기에 서 있는 제주 감귤산업의 미래는 경쟁력 확보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윤 정책담당은 변화되지 않은 현재의 상태로 한미FTA가 체결된다면 제주감귤은 쓰러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각종 분석을 통해 제시되고 있는 향후 10년간 2조원 피해, 생산면적 급감 등은 제주감귤의 위기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때문에 한미FTA에서 감귤을 협상품목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정책담당은 “농민들이 개방화라는 물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협상품목 제외는 도민들의 의지를 모아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감귤 생산면적 축소에 대해 “감귤산업은 지역 생명산업인 만큼 어느 정도의 재배면적을 유지해야 다른 농업들을 끌어 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정책담당은 “지난 1995년부터 시설 부분을 제외하고 감귤에만 7010억원이 투자됐다”며 “FTA에 앞서 농민과 자치단체 스스로가 고품질로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