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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size="5"><b>“저급품 너무 많아 값 하락” </b></font>
<font size="4" color="blue">짓눌러 터진 부패과에다 비상품도`출하 </font>
<font size="3">제주일보 11/8 신정익 기자
(경제) 르포-서울 가락동 감귤 경매시장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인 7일 새벽 2시 서울 가락동 농산물공판장.
올 가을 들어 가장 낮은 영하 1.3도를 기록한 가운데 강한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
는 영하 5∼6도까지 떨어졌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공판장내 과일경매시장의 분위기
도 예년같지 않게 가라 앉았다.
이날 가락동 공판장에 상장된 감귤은 총 408.9t. 전일 439t에 비해서는 7% 가량 줄었
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본격적인 경매를 앞두고 기자가 상장된 감귤들을 살펴본 결
과 적지 않은 부패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수송과정에서 상자에 짓눌려 껍질이 터진
것들도 보였다.
가격에 대한 불안감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격하락의 주범은 부패과 등 저급품
농협 가락공판장 김정배 경매과장은 “노지감귤의 부패과가 올해처럼 많은 경우는 5
년여 만에 처음”이라며 “이로 인해 가격이 너무 하락하면 다시 치고 올라가는데 힘
에 부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중도매인인 이종기씨(51) 역시 “중도매인들이 경매에서 감귤을 구입한 후 직원들이
부패과를 골라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중도매업체에서 상자째
감귤을 구입한 소매업체에서 부패과가 너무 많다며 반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곤
혹스럽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가뜩이나 소비심리 위축에다 다른 경쟁과일들이 출하로 감귤시세가 침체
된 가운데 저급품이 줄지 않으면 정말 큰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경매에 나온 중
도매인은 예년에 비해 20여 명 가량 줄었다. 감귤 재고가 쌓여 추가 구입을 하지 않
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주까지는 10㎏ 한 상자에 많으면 20~30개의 부패과가 쏟아졌으나 이날
경매에 나온 감귤의 사정은 많이 좋아졌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비양심 출하’도 여전
유통명령제가 도입된 후 올해로 3년째 도외 이행점검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원근
씨(48.슈퍼마켓연합회 소속.양천구 신정동)는 “올들어 지금까지 출하된 물량은 작년
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품위가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경
우 많다. 결국 검사원이 제대로 검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말
했다. 이씨는 이날도 1번과를 2번과에 섞어 출하한 사례를 적발, 휴대폰 카메라로 촬
영해 출하연합회로 통보했다.
자신이 직접 슈퍼마켓을 경영하고 있어서 위축된 소비심리를 절감하고 있다는 이씨
는 “감귤의 품질만이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침체를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격유지 ‘안간힘’
이날 상장된 감귤 경락가는 최저 4000원에서 최고 1만 6000원에서 형성됐다. 최저가
인 4000원이 무너질 상황도 여러 차례 벌어졌다. 그러나 4000원을 유지하기 위해 경
매사의 숨은 노력이 이어지면서 다행히 이날의 마지노선은 지켜졌다.
그러기 위해 경매사는 연신 ‘호가’를 했다. 3000원대로 내려 앉는 상황은 없어야 하
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도매인들과의 입씨름과 신경전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새벽 3시 30분께 경매가 끝나고 경매사와 담당직원들은 경매상황을 정리하면서 도
내 출하농가와 상인들에게 이날의 경매결과를 알려주고 출하물량을 조절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정배 경매과장은 “산지에서 꼼꼼하게 선과해서 출하하면 그만큼 상품성이 높아지
기 때문에 가격으로 바로 직결된다”며 “현실에 그럭저럭 안주하는 지금까지의 관행
을 되풀이하면 제주감귤의 미래는 길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