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가 되면 도 전역에 걸쳐 되풀이 되는 행사가 있다. 바로 간벌이다. 행정력이 집중되고 도내 각급 기관사회단체들이 참여한다.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말들도 많다. 그 중 새기어 들을 필요가 있는게 "이제는 농가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말이 나온데는 행정인력과 예산이 집중투입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왜 감귤에만 그렇게 지원이 집중되느냐는 다른 농작물 농가의 반감도 한 몫하고 있다.
최근 무우나 양배추의 경우 가격파동으로 산지폐기가 한창이다. 산지폐기에 따른 일정액의 보상비가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농민의 아픔을 덜어줄 만한 수준은 못된다.
간벌은 이듬해 감귤값 호조세를 이끌어내는 요인이 된다. 가격폭락을 막기위한 사전대비책인 것이다. 반면 산지폐기는 사후처방책이다. 매년 계속된 간벌과 열매솎기 효과는 잘 드러나고 있다. 감귤값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감귤농가 입장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일게다.
사람이 가장 비참해질 때는 "왜 나만~"이라는 심리적 상태일 때다. 요즘 감귤이 아닌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심리가 딱 이렇다.
한·미 FTA협상서 감귤을 제외키 위해 올인하는 도정의 모습이 때론 이들 농민들에게 비수로 꽂힌다. 한쪽에 치우친 올인정책은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감귤 뿐만 아니라 모든 농작물에 대해 '신명나는 농사'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배려하는 것은 農政의 기본이다.
얼마전 산지폐기와 관련해 취재를 하던중 인터뷰에 응한 농민의 목소리가 뇌리에 남는다. 내년에도 같은 농사를 지을거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 땅을 놀릴까요. 농민들에게 땅을 놀린다는 것은 죄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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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사회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