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과 관련 '감귤 사수'에 초비상이 걸렸다. 26일 재개된 통상장관급 회담에서 농업분야 초민감 품목 '빅딜'과 오렌지 등 감귤류에 대한 계절관세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귤이 예외품목이 아니라 계절관세 적용대상에 포함될 경우 제주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치명적(致命的)이다. 우선 하우스감귤이나 만감류 등은 설자리를 잃을 공산이 크다. 노지감귤 또한 얼마간 보호를 받겠지만 단계적 관세 철폐는 예정된 수순이다. 이는 감귤산업 전반의 연쇄붕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26일 제주자치도와 도의회를 비롯 농·감협과 생산자단체 등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계절관세 도입을 온 몸으로 막겠다"고 천명(闡明)하고 나선 것은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한 결과다. 이들은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이 쌀과 대등하게 협상되는 것 이외에는 어떤 내용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력(死力)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강지용 FTA감귤대책위원장과 현홍대 농협제주본부장 등 8명은 이날 삭발식(削髮式)을 갖고 전면투쟁을 선언했다. 풍전등화(風前燈火)에 처한 감귤산업을 지켜내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한·미 FTA는 수출을 늘리는 한편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려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찬성측 주장대로 협상이 타결되어 다소의 국익이 실현됐다고 치자. 과연 그 이익이 감귤 등 피해산업에 돌아오느냐가 문제다.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의 현상만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반대측의 논리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쟁력을 통한 체질 강화도 최소한의 생존(生存) 터전위에서만 가능하다. 도민들이 삭발까지 하며 '감귤 사수'를 외치는 것은 제주를 지키려는 노력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