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서귀포소방서에 적발된 감귤후숙행위.
일부 농가.상인 일그러진 양심, 농.감협 안이한 자세 '공멸'
올해산 노지감귤 초기 출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26일 극조생 노지감귤 첫 출하된 이후 이달 들어 조금씩 출하량이 늘면서 경락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전국 도매시장 평균 경락가는 지난 8일 10㎏ 기준 한 상자당 2만1400원을 정점으로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 13일에는 1만2300원까지 떨어졌다.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 8일까지는 1일 거래량이 최대 55.8t에 그쳤으나 9일부터는 221.5t, 10일 423.2t, 11일 646.3t, 13일에는 584.3t 등 출하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극조생 노지감귤 출하량 증가로 도매시장 경락가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상품감귤이 유통된다면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된다.
그런데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비상품감귤 유통 행위 단속 현황을 보면 우려하는 상황이 전개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강제착색 3건, 출하신고 미이행 2건, 비상품감귤 유통 4건, 품질검사 미이행 2건 등 총 11건(35.2t)을 적발했다.
적발사례를 구체적으로 보면 제주시 일도2동과 조천읍, 제주시 토평동 등지의 개인 선과장에서 극조생 감귤을 강제착색하던 행위를 적발, 2.6t을 폐기처분 했다.
또 서귀포시 관내에서 출하신고를 하지 않은 채 대구와 대전 등 타 시.도로 출하한 감귤이 도매시장에서 근무 중인 단속반에 적발됐다.
더구나 제주시 일도2동과 조천읍, 서귀포시 효돈동과 하효동 등지의 개인 선과장에서 비상품감귤인 1번과를 2번과 상자로 포장, 유통시키려던 행위 4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극조생 노지감귤 출하 초기여서 강제착색 행위도 잇따라 적발되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비상품감귤인 1번과의 유통행위다.
올해 감귤이 대풍작을 이루면서 9번과 등의 대과는 생산량이 적으나 소과인 1번과는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감귤농가와 몇몇 중간 상인들이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식의 일그러진 양심으로 비상품감귤을 매매, 유통시장에 반입시킬 경우 올해산 노지감귤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시작하면 가격폭락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생산자단체인 농.감협이 안이한 자세로 인해 직영 선과장이나 소속 작목반이 운영하는 선과장에서 비상품감귤 유통 행위를 근절시키지 못할 경우 감귤산업은 ‘공멸’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2005년 이후 최근 4년 동안 비상품감귤 유통 단속 실적을 보면 2005년 400건, 2006년 523건, 2007년 825건, 2008년 661건이다.
그런데 2007년도의 경우 감귤생산량이 역대 2위인 67만7770t으로 2005년의 60만511t에 비해 7만7000여t 많았다.
반면 비상품감귤 유통으로 적발된 건수는 2007년이 2005년에 비해 갑절 이상인 425건이나 많다.
따라서 2007년은 감귤생산량도 많은데 비상품감귤 유통 행위도 만연하면서 노지감귤 조수입은 2515억2300만원으로 2005년의 4462억7100만원의 56.4% 수준에 그쳤다.
올해산 노지감귤 생산예상량이 2차 관측조사에서 67만6000t(+/-2만4000t)으로 조사된 것을 감안하면 지난 2007년과 상황이 아주 흡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2007년과 같은 상황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서는 비상품감귤이 일부 비양심적인 상인들을 통해 유통되지 않도록 농가와 농.감협의 자구노력이 절실하다.
한편 지난해 비상품감귤 유통 단속 실적을 보면 상인단체가 392건, 개별 상인(도외 적발) 148건으로 상인들이 적발된 건수가 전체 건수의 81.7%에 이르고 있고 농.감협 직영 선과장이나 소속 작목반이 적발된 건수도 86건(13.0%)으로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일보 10/14 김승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