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산물 알고 먹으면 맛과 건강이 두배!

공지사항

감귤은 썩지 않는다…우리가 썩게 만들 뿐이다

· 작성자 : 기획정보과      ·작성일 : 2012-01-17 13:36:27      ·조회수 : 2,675     

<현해남 제주대 교수 생물산업학부/ 논설위원>

감귤은 잘 썩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감귤은 썩지 않는 과일이다. 우리가 썩게 만들 뿐이다.

감귤을 선물할 때 포장을 뜯어 썩은 감귤을 확인하지 않고 보냈다가는 큰 낭패를 당한다. 하우스 감귤은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썩은 감귤을 선물하면 안 준 것만 못하다. 선물을 받은 사람은 보낸 사람의 고마움은 기억하지만 감귤에 대한 인상은 흐려지기 때문이다.

흔히 감귤농가들은 감귤은 잘 썩고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1990년대에 안덕면 서광리 땅 속에 묻은 비상품 감귤을 몇 년 후 파보았더니 그대로 있었다. 그만큼 감귤은 잘 썩지 않는 과일이다.

40일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바닷길을 건너 영국으로 수출한다고 했을 때 모두 감귤이 썩어서 실패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15일간 배를 타고 수출할 때도 썩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귤은 트럭 타고 배에 실려 적도를 지나 파도에 휘청거리면서 영국에 도착했지만 부패율은 1%도 되지 않았다.

더 자세히 말하면, 올레팜 영농조합의 나재진 농가에서 작년 11월 13일 수확과 16일 선과를 거친 후 12월 28일 영국 템즈항에 도착했는데, 15kg 세 상자 당 2개가 썩었을 뿐이다. 460여 개 감귤 중에 썩은 것이 2개였으니 부패율이 0.4%에 불과했다.

감귤을 썩지 않게 하려면 몇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

첫째 수확할 때 상처가 나면 안 된다. 사과도 상처가 나면 썩는다. 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사과나 배를 수확할 때는 상처가 나지 않도록 정성을 다 한다. 그러나 감귤은 많이 따는 것이 자랑이다. 상처가 나든 말든 날카로운 일본산 수확가위로 싹둑싹둑 자르면서 수확 컨테이너로 내던진다. 그래서 썩는 것이다.

2010년도에 영국에 시험 수출할 때 제주에서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농가가 관행으로 수확한 감귤은 10~20% 이상 썩었다. 반면 끝이 무디고 상처를 주지 않는 스페인산 가위로 조심스럽게 수확한 감귤은 부패율이 겨우 3~8% 내외였다.

둘째, 비가 오거나 이슬이 맺혔을 때 수확하면 썩는다. 표면에 붙어 있던 부패균이 표피의 세포막을 뚫고 침입하기 좋은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귤 표면에 물이 없을 때 수확하면 썩지 않는다.

셋째, 수확 즉시 소독하면 썩지 않는다. 감귤이 나무에 달려있을 때는 부패균에 대한 저항력이 있다. 그러나 나무에서 분리된 후 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수확 즉시 샤워시키듯이 소독해 부패균을 살균해야 한다. 살균시킨 감귤을 저장고에 넣으면 몇 달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지난여름에 실험한 하우스 감귤은 3개월간 저장했는데도 썩은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넷째, 그래도 썩은 감귤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선과하기 전에 암실에서 썩은 감귤을 골라내면 부패율은 뚝 떨어진다.

다섯째, 선과하는 과정에서 이마자릴 부패방지제를 사용하면 썩은 감귤의 부패균이 다른 감귤로 옮기지 않는다. 영국으로 40일간 운송된 상자를 열었을 때 썩은 감귤은 하얗게 곰팡이가 피었지만 그 옆의 감귤은 멀쩡했다.

마지막은 상자다. 전 세계적으로 과일상자는 오픈 박스다. 과일이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강도도 세야 한다. 외국으로 수출하는 감귤상자는 최소한 어른 열 사람 무게인 700kg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 오랜 운송기간을 견딘다.

감귤을 수출할 때 앞에서 얘기한 것 중에 하나만 잘못 되어도 부패율은 30%를 웃돈다. 국내 유통 감귤도 여섯 가지만 잘 지키면 절대로 썩지 않는다. 40년 이상, 가위로 껍질에 상처를 내고 툭툭 던지면서 수확하는 습관이 감귤은 잘 썩는 과일이란 오해를 낳았다. 감귤은 결코 잘 썩지 않는 과일이다. 단지, 우리가 감귤이 썩도록 관리하기 때문에 썩는 것이다.

공지사항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첨부 작성자 작성일 조회
1092 극조생 감귤 출하 '농가 자율로' 기획정보과 2014-09-25 1774
1091 "감귤 품질 기준 어떻게.."...농가 혼선가중 기획정보과 2014-09-25 1733
1090 49mm이상 상품 안되는 '3대 불가론' 뭐? 기획정보과 2014-09-25 1829
1089 감귤 과일생산,가격하락 반복되나 기획정보과 2014-09-23 1873
1088 감귤 1번과 허용 도의회, 집행부 설전 기획정보과 2014-09-23 1358
1087 '돌연변이 감귤'로 새로운 품종 '도전' 기획정보과 2014-09-22 1721
1086 한중 FTA 양허 제외 품목 향방 '촉각' 기획정보과 2014-09-22 1493
1085 감귤, 이른 추석 후폭풍 '불안' 기획정보과 2014-09-22 1434
1084 제주감귤 풍작에 '꼬다마' 속출하나...열매솎기 '비상' 기획정보과 2014-09-22 1628
1083 [알림]14년도 (성산항)업무보조원 채용 공고 기획정보과 2014-09-19 1909
1082 도의회 제1차 정례회 도정질문 기획정보과 2014-09-17 1899
1081 감귤규격 논쟁 손 떼고 시장에 맡겨라 기획정보과 2014-09-15 1791
1080 농협 감귤 운송계약 입찰 22일 실시 기획정보과 2014-09-15 2043
1079 1번과 상품화 행정-도의회 이견 기획정보과 2014-09-12 7458
1078 작고 상처난 제주감귤..."열매솎기 소매 걷어야" 기획정보과 2014-09-12 1708
1077 "출하량 대폭 증가 햇과일 가격폭락" 기획정보과 2014-09-11 1776
1076 행정·농가 상품화 시각차 '진통' 기획정보과 2014-09-11 1730
1075 소비자 입맛 변해도 상품크기 논쟁만 기획정보과 2014-09-11 1923
1074 [알림]14년도 업무보조원 채용 공고 기획정보과 2014-09-05 1948
1073 새 규격 감귤 1번과가 아닌 기존 1번과을 유통해야 기획정보과 2014-09-05 1967
페이지당 표시 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