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감귤의 산지 재고량이 예년 수준을 웃돌면서 일시적인 물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추운 날씨로 소비가 주춤해지면서 출하량이 줄었고 출하가 지연된 물량이 재고로 남아 장세 흐름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지감귤 출하 지연 원인과 이후 시장상황을 전망한다.
◆출하대기량 과잉=제주 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2010년산 노지감귤 누계출하량은 25일 현재 27만7,000여t이다. 전체 생산량 51만t 중에서 상품화가 가능한 물량을 40만t으로 볼 때 제주에 남아 있는 재고량은 대략 13만t으로 추산된다.
올겨울 제주에서 육지로 출하하는 물량이 하루 평균 3,500~4,000t인데 노지감귤 출하가 2월 말에 마무리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재고량은 적정 소비량에 비해 3만~4만t가량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당초 해거리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만큼 물량이 부족할 것이라던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결과다. 게다가 2월 중순이면 비가림감귤 출하가 시작되기 때문에 노지감귤 재고량은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본격적인 비가림감귤 출하 전에 노지감귤 재고가 어느 정도 소진되지 않을 경우 출하량 과잉 현상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 감소·높은 산지가격이 원인=노지감귤 재고 문제 발생은 예상 밖의 소비 감소와 산지의 높은 기대심리가 합쳐진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당도가 예년만 못했던데다 올겨울 예년에 없던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소비 감소로 판매가 부진하자 하루 4,000~4,500t 출하되던 물량이 3,000t 안팎으로 줄면서 산지 재고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높게 형성된 산지가격도 출하지연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노지감귤 생산량이 51만여t으로 지난해에 비해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산지 거래가격이 3.75㎏당 4,500~5,0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두배 가까이 높게 형성됐었다. 이에 비해 시장가격은 10㎏ 상품 한상자당 1만5,000~1만7,000원으로 산지 기대에 못 미쳤고 출하 지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설 이후 가격하락 불가피=가격 전망은 밝지 않다. 출하대기량은 많은데 성수기라고 볼 수 있는 설 대목장이 불과 2~3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 이후를 기대하고 저장에 들어간 농가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명절 대목장 직후 1~2주간은 과일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 이후 장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2월 중순 비가림감귤 출하가 시작되면 상대적으로 당도가 높은 비가림감귤로 소비가 옮겨갈 수밖에 없어 소비는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정우희 서울 가락시장 서울청과 경매부장은 “설 연휴 직전 며칠간은 반짝 상승세를 탈 수 있지만 설 이후에는 한동안 시세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시세와 관계없이 꾸준히 출하해 물량을 소진하되 당도와 경도 등 품질에 우선한 선별로 비상품과가 출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