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감귤주스는 대부분 제주산 가공용 감귤로 만든다. 제주산 감귤은 크기별로 0∼10번으로 번호를 매기는데 상품성이 뛰어난 2∼8번은 일반 과일로 판매하지만 지름 77mm 이상 9∼10번은 주스나 잼 등 가공용으로 쓴다. 이 번호대 감귤은 당도가 떨어지고 맛도 덜하기 때문이다. 제주산 감귤 중 가공용인 9∼10번 감귤은 30∼40%를 차지한다.
지난해 12월 말까지 수확한 이 가공용 감귤이 요즘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감귤주스나 감귤잼 등을 만드는 식품업체들마다 가공용 감귤을 더 많이 구하려고 애쓰지만 원하는 수량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A음료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3∼4월에 서리 피해가 유난히 컸고 짝수해는 감귤나무 수확량이 크게 감소하는 이른바 '해걸이' 해로 가공용 감귤도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가공용 감귤 가격은 지난해보다 25% 오른 1kg당 100원(제주도 지원금 20원은 농가에 별도 지원). 그러나 가공용 감귤 찾기란 쉽지 않다. 일부 식품업체는 아예 감귤 대신 제주도개발공사 등을 통해 감귤 농축즙 구입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공용 감귤 부족은 올해도 계속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수확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례 없는 한파가 걱정거리"라며 "3∼4월 서리 피해가 심해진다면 수확량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폭설과 한파로 전국의 김 양식장 피해가 크게 늘며 조미김 생산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조미김의 원재료인 재래김 원초 확보가 힘들어졌기 때문. 올 들어 김 원초 가격은 지난달보다 10∼20% 오른 1속(100장)당 3400∼3500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유례없는 흉년으로 물량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 조미김 업체들은 대부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꾸준히 김 원초를 사들이지만 요즘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B식품업체 관계자는 "김 원초 가격이 너무 오르고 물량 확보도 쉽지 않아 원초 구입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라며 "3월 이후 날씨가 풀리고 원초 가격이 안정되면 집중 구매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요즘 같은 한파가 2월중순에도 계속된다면 3월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당장 구입하는 것이 이득이므로 현지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 혼합과즙을 수입해 원재료로 쓰는 식품업체도 이상 기후 탓에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C식품업체 관계자는 "미국 시애틀에서 혼합과즙을 수입하는데 서부지역 한파로 올 들어 혼합과즙 가격이 두 자릿수로 올랐다"고 했다. 한파 영향으로 천연과일 수확량이 줄면서 혼합과즙도 동반 강세를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례적 폭설과 한파로 올해 채소류와 과일류, 생선류 등이 모두 수급난을 겪을 수 있다"며 "가격 인상 규제에 원재료 확보난까지 식품업계를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